이 영화는 연로한 대학교수인 해리(모건 프리먼)를 관찰자로 삼아 그의 눈에 비친 같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다양한 사랑이야기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그래서 제목이 사랑의 향연(Feast of love)인가 보다. 물론 사랑 이야기에는 해리 본인의 이야기도 포함된다.
연륜과 지혜를 갖춘 해리는 사소한 행동도 넘겨버리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이 못보는 많은 것을 본다. 동네 사람들의 허심탄회한 친구가 되어 주기도 하고, 충고를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적절한 충고를 해 준다.
반면 브래들리는 아내 캐서린이 자기 바로 옆에서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딴 생각을 품는 것도 알아채지 못한다. 아내가 개를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자기가 개에 대한 두려움을 치유시켰다며 아내의 생일선물로 개를 데려오려 한다. 이에 아내 캐서린은 화를 내며 집을 나간다. 아내의 입장을 헤아리기 보다는 자기의 생각에만 골몰하여 결국 아내를 잃게 된 것이다.
아내의 가출 후 외로움을 타던 그는 너무나 쉽게 부동산업자 다이아나에게 끌리고, 결혼까지 하지만 역시 실패한다. 아내를 두 번씩 잃고 자신감이 없어진 브래들리는 사랑을 포기해야 하는지 해리에게 상담한다. 해리는 눈을 뜨고 사랑에 뛰어들라고 충고한다. 해리에 의하면 사랑이란 인생에서 포기할 수 없는 어떤 것이다.
브래들리는 스스로 자기 손가락을 칼로 자르고 해리의 도움으로 병원에 간다. 거기서 의사 말깃을 만나게 되는데, 말깃이 왜 스스로 손가락을 다치게 했느냐고 묻자 마음이 아픈 만큼 몸도 아픔을 느끼기를 바래서 그렇게 했다고 답한다. 하긴 상심이 큰데 몸이 아무렇지도 않다면 불균형이라는 생각이 든다.
브래들리는 말깃에게 묻는다. 사랑이 삶의 전부이며, 이 미친 꿈속 세상의 유일한 의미라고 생각하느냐고. 상당히 의미심장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말이 나오는데 이렇다. "신들이 지루하여 인간을 만들었다. 그래도 지루해서 사랑을 만들었다. 그 후에는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되었고 신들도 사랑하기로 했다. 그리고 웃음을 만들었다. 사랑을 견딜 수 있도록." 신들을 지루함에서 건져낸 것이 사랑이라는 말인데, 그렇다면 사랑이 이 세상의 유일한 의미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등장인물들, 브래들리와 캐서린, 캐서린과 제니, 해리와 에스더, 오스카와 클로에, 다이아나와 데이빗 등 모두가 사랑을 추구한다. 그들은 "사랑이 자연이 우리에게 거는 장난일지라도 사랑할 수 있는 시간에 최대한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영화의 대사를 행동으로 옮긴 사람들이다. 그러나 아무리 사랑이 유일한 의미를 갖는다 할지라도, 통찰력이 돋보이는 해리의 말처럼 눈을 뜨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나라 작품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연상시키는 이 영화는 그럭저럭 부담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영화를 감상하면서 사랑이 무엇인지 숙고해 보는 계기로 삼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