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안젤리나 졸리)와 루이스(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사랑 이야기.
쿠바의 커피 부호인 루이스는 결혼하기로 되어 있는 미국여인 줄리아를 맞으러 부두로 나간다. 그리고 나타난 줄리아를 자기가 기다리던 줄리아로 알고 반갑게 맞이한다. 그러나 그녀는 진짜 줄리아를 배에서 살해하고 줄리아 역할을 대신 하는 보니 캐슬이다.
루이스는 줄리아에게 결혼식 반지를 건네면서 사랑과 진실을 맹세하였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맹세를 깨지 않는다. 어떤 상황이란 줄리아의 배신, 속임수, 거짓말, 사기, 살인 등을 말한다. 줄리아가 자신을 죽이기 위해 쥐약을 탄 커피를 주는 걸 알면서도 그 커피를 마실 정도로 자신의 진실한 사랑을 입증한다.
줄리아는 루이스의 사랑이 진실하다는 걸 일찌감치 깨닫지만, 자신의 동업자이자 연인인 빌리의 사주를 뿌리치지 못하고 끌려다니며 루이스를 파멸로 몰고 간다. 판단력의 부족이라기보다는 빌리의 검은 마수에서 빠져나오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줄리아는 어려서부터 빌리와 어울려 사기행각을 벌여 왔으며, 속임수와 거짓은 그녀의 삶의 일부가되어 있었던 것이다. 진실을 선택하는 줄리아의 결단력은 루이스와 빌리 두 사람이 죽어갈 때 빌리에게 총을 쏴서 완전히 죽이고 루이스를 살리려고 애쓰는 것으로 나타난다. 줄리아는 빌리를 사살한 죄로 사형을 선고받는다.
순서가 바뀌긴 했지만, 이야기는 줄리아가 사형당하기 전 자신이 한 일을 신부에게 털어놓는 것으로 시작된다. 자기같은 사람도 용서받을 수 있느냐고 신부에게 묻자 신부는 용서받을 수 있다고 대답한다.
줄리아의 사랑은 게임인지 모르지만, 루이스의 사랑은 게임이 아니다. 목숨을 걸고, 온마음을 다한 진실한 사랑이다. 그리고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줄리아도 그의 사랑을 믿고 받아들인다. 과정이야 어떻든 영화는 진실한 사랑의 승리를 보여준다. 다만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뺀질거리는 선수의 인상을 풍기다보니 사랑이 아니라 혹시 소유욕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주는 면이 없지 않다.
그런데 진실한 사랑 이야기의 제목이 왜 오리지날 씬일까?
줄리아가 범죄자인데다가 루이스를 유혹해서?
줄리아가 사제를 유혹하여 감옥에서 탈출했기 때문에?
아니면 루이스와 모로코로 가서 죄의식 없이 사기 도박을 하며 살기 때문에?
사랑이 눈을 멀게 하기 때문에?
루이스는 총을 쏴서 빌리를 죽게 만든 뒤 너무나 태연한 줄리아에게 물은 적이 있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느냐고. 공포탄에 의한 거짓 죽음이라는 걸 모르고, 자신이 정말 살인을 한 줄 안 루이스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던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루이스는 양심이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루이스는 동업자에게 자신이 살인을 했으며, 사랑을 위해서는, 즉 줄리아를 위해서는 몇 번이라도 살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진실하고 양심적인 사람이 사랑을 위해서는 살인도 저지를 수 있다면, 사랑이야말로 원죄가 아닐까? 어떤 댓가를 치르더라도 사랑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대사에도 나오듯 사랑의 덫에 걸려든 사람들 중 도덕성이라는 잣대 때문에 사랑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영화감독은 역설적으로 원죄라는 제목을 붙임으로써 사랑의 극단적인 속성을 강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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