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걷는 남자... 제목부터 근사하다. 그리고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하늘을 걷다니 어떤 것일까?
알고 보니, 줄타기이다. 412 미터짜리 초고층건물 사이를 걷는 거니, 하늘을 걷는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세상에는 꿈도 여러가지지만, 줄타기가 꿈인 사람도 있다. 주인공 필립이 그렇다. 어릴 때 광대들이 줄타는 걸 보고는 반하여, 혼자 숲의 나무에 줄을 매고 걷는 연습을 한다. 다섯 줄에서 시작하여 한 줄로 걸을 수 있을 때까지 독학으로 줄타기에 성공한 그는 파리 시내에 가서 틈만 나면 나무와 나무 사이에 줄을 매고 걷는 이벤트를 벌인다. 그러면서 자신을 아티스트라고 자처한다.
그러던 어느 날 뉴욕의 쌍둥이 빌딩이 착공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쌍둥이 빌딩에 꽂힌 그는 그 빌딩에 줄을 매고 걸을 것을 꿈꾼다. 그리고 준비를 한다. 공모자들을 모으고, 노련한 줄타기 선배인 파파루디에게 조언을구한다. 협조자들을 공모자들이라고 부르는 걸 보면, 자기가 계획한 일이 법에 어긋난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듯.
줄에 첫발을 딛는 순간의 조심스럽고 긴장된 표현은 한 걸음 한 걸음 이어질수록 짓궂은 미소로 바뀌어 가더니, 드디어는 환희에 찬 표정으로 바뀐다. 보는 사람의 마음도 긴장에서 희열로 변해가며,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필립의 공연 중에 쌍둥이 건물에 경찰들이 몰려들고, 어느 쪽으로 가도 경찰에게 붙잡힐 것 같자, 그는 건물 이쪽 저쪽으로 네 번을 왕복하다가 줄 한 가운데에 이르자 아예 줄 위에 드러누워 버린다. 그리고 하늘을 본다. 그런데 웬 새 한마리가 느닷없이 날아와 그를 위협한다. 그를 빤히 쳐다보던 새가 혹시라도 필립의 눈을 쪼면 어쩌나 하고 조바심이 났지만, 다행히도 새가 아무 일 없다는 듯 날아가버린다. 휴~ 얼마나 안심했는지.. 감독의 장난스러운 끼워넣기가 아닌가 싶다.
공연을 마친 필립은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히는데, 판사의 판결이 재미있다. 센트럴 빌딩에서 한 번 더 공연하라는 것. 이 사실만 보자면 미국은 살만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흥미를 끄는 것은 공모자들을 모으는 과정. 줄을 설치하기 위한 장비들을 건물 옥상까지 올리는 과정. 그리고 고공 줄타기. 단순한 줄거리지만, 그래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영화다. 배경 음악도 좋고. 주인공이 꿈을 이루었다는 사실이 쾌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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