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 제목을 왜 '모디'라고 하지 않고, '내 사랑'이라고 번역했는지, 좀 공감이 안 갔지만 영화가 끝나고 생각해 보니, 사랑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사랑에 촛점을 둔 영화는 아닌 것 같고, 모디의 인생 이야기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모디는 관절염을 앓아 오른 쪽 다리가 불편하다. 걷는 모습이 불안하며,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그런 모디는 오빠가 운영하는 클럽에 자주 놀러간다. 자기도 남들처럼 춤추고 싶었던 것이리라. 아무도 같이 춤추자고 청해 주는 사람이 없어, 혼자서 그냥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다 온다. 모디의 주변에는 서로 손을 맞잡고 신나게 재미있게 춤추는 사람들의 모습이 대비되어 비춰지는데, 모디를 더욱 가련한 사람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모디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렸다. 누구에게 배운 기법도 아니고, 그저 자기 자신의 눈에 비친 풍경들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여 그린다. 어찌 보면 어린이가 그린 유치한 그림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자연에 대한, 혹은 창조물에 대한 모디의 애정어린 눈길이 담겨 있다.
보통, 장애인이 있는 가족들은 보호한다는 명분 하에 어떻게 해서든 집안에 숨겨 두려 하고, 가두어 두려 한다. 모디도 오빠의 강요로 이다 이모 집에 버려져, 거의 기생하다시피 살고 있다. 이다 이모는 모디를 무시한다. 네가 할 수 있는 게 무어냐고 핀잔을 준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은 모디를 위축시키지 않는다. 모디는 자유를 찾기 위해 에버렛 루이의 가정부를 자청하고, 이다 이모 집을 떠난다. 루이의 불친절, 폭력적 언어는 모디의 자유에 대한 열정을 꺽지 못한다. 남들이 성노예(love slave)라고 조롱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모디와 루이는 점차 서로에게 적응하고, 모디는 루이의 동의 하에 자유 시간에는 그림 그리기에 열중한다. 그 창고같던 루이의 집은 모디의 그림 덕에 조금씩 변해가며, 그런대로 살만한 집의 모습을 갖춘다. 아니 생동감이 넘치는 아름다운 공간으로 변해 간다.
그런데 문제는 잠자리다. 다락방의 좁은 침대 하나밖에 없어, 그곳에서 함께 자야 한다. 아마 그래서 사람들에게 성노예라는 빈축을 산 것 같다. 하지만 모디는 나름 정결을 지킨다. 루이에게 자기와 잠을 자려면 먼저 결혼하자고 청한다. 사실 정결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한 모디 나름의 정략이다.
루이는 결국 모디와 결혼을 하게 되고, 모디는 노예에서 아내로 신분상승을 한다. 그래봤자 루이의 표현에 의하면 '낡은 양말 한쌍'의 처지이지만. 모디에게는 '하연 면양말'의 삶이다.
스스로 결단하여 이모의 집에서 탈출하고, 루이에게 먼저 결혼을 청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사는 모디의 삶은 주체적인 여성의 삶의 표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은 어떻게 자신의 행복과 존엄성을 찾아내고, 누릴 수 있을까? 아마도 존재 방식에서 찾아야 하는 게 아닐까? 애초에 주어진 자신의 여건에 순응하며 살지, 아니면 환경을 뛰어 넘어, 자신을 새로운 존재로 창조해 나가야 할지,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모디야말로 자신의 삶을 새롭게 창조해 낸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모디는 가련한 장애인에서 유명한 화가로 성공하였으며, 자신을 학대하던 루이로 하여금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만들지 않았는가.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 "나는 사랑받았다."는 고백은 찬란한 여운을 남긴다.
흡연을 즐기던 모디가 담배로 인한 병에 걸려 죽음을 맞게 되는 것도 그녀다운 죽음이라고 보인다. 어떤 방식으로 죽든 마찬가지 죽음이지만, 자기가 좋아하던 담배가 원인이라는 데 대해 유감은 없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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