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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트리

영화 이야기 2008. 11. 21. 22:43
살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티나의 국경지대에서 레몬 농장을 경영하는 팔레스티나 여인이다.. 그녀는 나무도 사람과 같이 생명을 지닌 존재라고 생각하며, 레몬 나무들을 잘 보살핀다. 그 나무들은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것으로서, 수령도 길고, 열매도 풍성히 맺는다.

어느 날 이웃으로 이스라엘 국방장관 나본과 미라 부부가 이사를 온다. 나본은 오자마자 자신의 안보를 위해 살마의 레몬트리를 전부 베어버리기로 결정하고 살마에게 통보를 한다. 살마는 이에 불응하여 이스라엘 재판소에 소송을 걸지만, 재판정은 나본의 손을 들어준다. 살마는 이에 불복하여 항소를 한다.

나본은 그 사이 살마의 농장에 철조망을 치고, 살마가 농장에 드나드는 것까지 막는다. 손질을 받지 못한 레몬 나무들은 시들어가고, 레몬은 떨어져 썩는다. 살마는 철조망을 넘어가 레몬을 줏어오려 하지만, 이스라엘 군인들에 의해 제지를 받는다.

미라의 친구인 여기자 타마게라는 살마를 동정하던 미라의 속내 이야기를 듣고 그 내용을 신문으로 내보내게 되며, 그것이 계기가 되어 농장의 사건은 마치 이스라엘과 팔레스티나 간의 분쟁인 양 정치적인 이슈로 변모된다.

농장 사건이 국제적인 관심을 받게 되자 이스라엘 재판정은 300그루의 나무 중 150그루만 베도록 절충안을 내놓는다. 국방부 장관의 입장에서는 체면을 구기는 결정이다. 제 삼자의 눈으로는 전부 잃는 것보다는 반만 잃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자식처럼 키우던 레몬트리가 30센티 이하로 잘려나가는 것을 보아야 하는 살마에게는 고통이다. 장관의 입장에서나 보나 살마의 입장에서 보나 패자만이 있을 뿐이다.

살마는 한낱 과부에 불과하지만 용감하고 당당한 여인이다. 혼자의 몸으로 이스라엘 정부와 싸워 비록 반쪽이지만 농장을 살려낸다. 그에 비해 나본은 자신의 권력만을 믿고 도도하게 구는 치졸한 인간이다. 재판이 끝난 후 그의 집 주변은 경호라는 미명 아래 높다란 장벽이 세워진다. 그의 집 창밖으로 보이던 싱그러운 레몬 밭은 사라지고 철벽만이 시야를 가로막는다. 무례하게 이웃에게 피해를 입히려다 결국 자신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입게 된 셈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 했다. 집 주변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면 될 것을. 게다가 국방부 장관이라는 요직에 있는 사람이 하필이면 위험이 잠재되어 있는 국경지대로 이사를 올 게 뭐람. 물론 이 영화가 정치적인 문제를 이슈화하려고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겠지만, 나본의 행위나 사고방식은 이스라엘 정부의 오만함을 반영하는 것 같다. 남의 땅에 쳐들어가 땅을 빼앗고, 원래부터 자기들 땅이었다고 주장하는 뻔뻔스러움이란. 

미라는 남편의 이기주의에 질려 집을 나가는데, 아주 나가는 것인지, 잠시의 외출인지 모르겠다. 살마가 힘겨워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살마와 대화하려고 살마의 집까지 찾아가지만 이스라엘 군인들의 저지를 받고 돌아간다. 두 여인이 한 장면에 함께 등장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두 여인 사이에는 증오가 없다.서로 다른 입장은 있지만 원한이나 증오심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미라가 살마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애썼기 때문일 것이며, 살마도 미라가 미안해 하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두 사람이 좀더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면 더 좋은 해결책이 나올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나본이 방해하지만 않았어도 가능했을 텐데...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가 이스라엘 영화라는 점이다. 자기 얼굴에 침뱉는 격이 되었는데, 그렇기에 더욱 의미심장한 영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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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땅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