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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22 황후화

황후화

영화 이야기 2008. 4. 22. 21:16

거액의 제작비를 들인 작품답게 화면의 색채감이 뛰어나다. 거대한 규모의 황실과 등장인물들의 의상, 소품들이 거의 황금빛과 붉은 빛을 띠고 있어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황후화의 영어원제는 Curse of the golden flower 이다.
황후의 꽃, 금빛 꽃은 황후가 금색 실로 수놓는 국화로서 황제를 죽이려는 모반을 상징한다.

황후(공리)가 황제(주윤발)를 죽이고 싶은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황제가 황후의 약에 독약을 타서 시간마다 먹도록 감시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자신을 죽이려 드는 황제를 없애는 도리밖에 없을 것이다.

황제가 황후를 서서히 죽이는데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황후가 인륜을 어기는 짓을 하기 때문이다. 배다른 아들인 황제의 맏아들 원상에게 애욕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황제가 되기 위해 다른 나라의 공주였던 공리와 정략결혼을 하였을 뿐, 사랑하던 여자가 따로 있었던 황제는 아마도 황후를 사랑하지 않은 것 같다.

그것이 문제의 발단인 것 같다. 사랑받지 못하는 황후의 외로움, 불륜, 황제의 질투와 분노, 그리고 황후 죽이기, 황후의 모반. 잘못된 시작은 꼬리에 꼬리를 물듯 죄를 불러온다.

부부의 문제에 아들들까지 얽혀들고, 궁인들, 병사들까지 휘말린다. 같은 나라의 병사이면서도 황제편과 황후편으로 갈려 서로를 도륙하는 잔인한 전쟁이 일어난다. 어떤 사람의 눈에는 수십만 군사들의 전쟁이 스펙타클하게 비쳤을지 모르겠지만, 대의명분도 없이 죽어가는 군사들이 불쌍하며 그들의 인생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온가족이 모여 즐겁게 보내려 한 중양절날 황제가 아들을 죽이고, 동생이 형을 죽이고, 남은 아들은 자결하고, 궁궐은 온통 전쟁터가 된다.

영화에서는 황후가 아직 죽지 않았지만, 곧 죽게 될 것이라고 본다. 남는 사람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황제 한 사람이다. 가족이 모두 죽은 마당에 황제의 권력이 무슨 소용인가. 황제는 이런 결과가 나올지 몰랐을까? 모를 수도 있었겠지만, 알았더라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자기 자신도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는게 인간의 한계가 아니던가.

셋이나 되는 아들이 있는데 왜 아무도 황제와 황후를 화해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 그만큼 황제와 황후가 고집불통이었다는 뜻인가?

제목은 모르겠지만 어느 노부부의 부부싸움을 그린 영화가 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60대 부부였던 것 같다. 말싸움으로 시작해서 치열한 몸싸움으로 이어지고, 던지고 깨고 그러다... 둘 다 다쳐서 죽는다. 조금 늦게 죽는 부인은 자기보다 일찍 죽은 남편의 모습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황후화를 보다 보니 왠지 그 영화가 떠오른다. 아마도 부부간의 애증과 싸움이라는 공통점 때문인 것 같다.

사실 황후화는 대단한 야외장면도 별로 없고 거의 실내에서 진행되어서 그런지 연극같은 느낌이 든다. 단지 전쟁씬이 좀 끼어들어 있어서 거대하고 화려한 황실무협 대작이라는 소리를 들을 뿐.

전쟁영화라고 부르기도 부적절하고, 가족 드라마라고 보기도 부적절하다. 비주얼한 면에서는 성공했는지 모르겠지만 인간의 심리를 좀더 치밀하게 표현하지 못했다는 면이 아쉽다. 제작비 450억이라는 돈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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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땅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