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랑 놀자

'가위손'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11.03 가위손(Edward Scisorhands)
가위손 에드워드(조니뎁)는 미완성 인간이다. 어느 발명가가 에드워드를 발명하던 도중 손을 마무리짓지 못한 채 늙어 죽고 만다. 그래서 손이 가위로 되어 있다. 에드워드는 뇌와 심장을 가진 인간이다. 다만 가위손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위협이 된다. 그의 손은 조금만 잘못 사용해도 자신이나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흉기가 되지만 나무로 멋진 조각물도 만들고, 강아지 털도 다듬어 주고, 여자들 머리도 손질해 주는 이기가 되기도 한다.

발명가가 죽은 후 홀로 성에 남아있던 그에게 어느 날 화장품 외판원 펙(다이안 위스트)이 방문한다. 펙은 에드워드의 모습을 보자 놀라며, 자기는 이만 가봐야겠다고 말하는데, 에드워드는 가지 말라고 말한다. 비록 흉물스런 모습으로 흉물스런 성에 갇혀 지내고 있지만, 세상을 거부하는 괴짜는 아니었다. 그도 말을 나눌 사람이 필요한 보통의 마음을 지닌 사람이었다.

펙은 에드워드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 옷도 주고, 음식도 같이 먹는다. 그야말로 부럽기 짝이 없는 평범한 가정의 멤버가 된 것이다. 그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한다. 바로 정원수 다듬기이다. 멋진 작품으로 탄생한 펙의 정원수를 보며 이웃 사람들은 자기 집 나무도 다듬어 달라고 부탁한다. 에드워드는 펙의 집에 놀러 온 강아지를 아주 재미있는 모습으로 다듬어 준다. 그러자 이집 저집 강아지들이 줄지어 에드워드의 손질을 기다린다. 나중에는 여자들 머리도 개성있게 다듬어 준다. 점점 유명해진 에드워드는 텔레비전에까지 출연한다.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데, 그만 작은 사고가 생긴다.

도둑질을 하려는 목적으로 킴(위노나 라이더)의 남자친구 짐이 에드워드를 이용하는데, 짐의 일행들은 여의치 않자 다 도망가고 에드워드만 남아 경찰에게 잡힌다. 이 사건 뿐 아니라 여러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고, 마침내는 에드워드가 실수로 짐을 살해하게 된다. 킴의 임기응변으로 경찰은 살인현장에서 물러가고, 에드워드는 다시 성에 갇혀 사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킴은 늙어 할머니가 되었다. 어느 눈오는 날 손녀가 눈은 어떻게 해서 오느냐고 묻자 킴은 동화같은 에드워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에드워드가 가위손으로 얼음을 깍아 눈을 내려 주는 것이라고.

에드워드는 온순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그의 손길로 마을을 요정의 나라처럼 변화시키는 것을 봐도 그렇다. 그는 남에게 해가 되는 말이나 행동은 하지 않으며, 주로 침묵을 지킨다. 생긴 모습으로 보면 흉악할 것 같지만, 다른 어떤 사람보다 선량하다. 그리고 자신의 특이한 손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도 만지지 못하는 슬픔을 혼자 새기고 만다.

에드워드가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지 못하고 다시 외톨이가 된 것은 에드워드의 가위손 때문이 아니다. 그를 이용하고 악용하려는 사람들의 비열한 마음과 이기심 때문이다. 세상에 속하지 못하고 다시 성으로 돌아간 결과를 두고 보자면 세상은 그닥 살만한 곳이 못된다. 펙처럼 친절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식으로 오해하고, 부화뇌동한다. 펙이 그것까지 막아줄 수는 없다.

에드워드가 처음부터 성밖으로 나오지 않는 게 나았을지, 아니면 다시 성으로 되돌아갔더라도 세상을 경험한 것이 나았을지 모르겠다. 이 영화의 주제인 그의 사랑은 어떨까? 킴과 사랑을 나눌 수 있어서 세상 밖으로 나왔던 일이 의미있는 일일까? 아무런 추억이 없는 것보다 킴과의 사랑을 되뇌이고 기억하면서 지내는 게 나을까?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아마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 그러니까 이 영화를 만들었을 것이다.

킴은 눈이 내릴 때마다 에드워드가 내려주는 것이라고 믿는다. 에드워드가 성에서 가위손으로 얼음을 눈으로 만들어 뿌리는 장면이 나오는 걸 보면 그녀의 믿음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눈은 에드워드가 킴에게 보내는 사랑의 메시지인가 보다. "나는 건재합니다. 당신을 아직도 사랑합니다."라는.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녀(Her)  (0) 2014.05.31
레몬트리  (0) 2008.11.21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Journey to the center of the earth)  (0) 2008.10.31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  (0) 2008.10.19
비지터(The Visitor)  (0) 2008.10.02
Posted by 몽땅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