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르와 르끌레 저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꼬 수녀회 역
분도출판사, 1982 초판
본문:
“영혼의 불안입니다. 물이 흐려지면 물은 그 자체가 순수하지 못함을 드러내 보이게 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 불안해하면 자기 행동에 영감을 주고 있는 근원이 순수하지 못하고 혼탁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그러한 사람은 주님의 성령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른 것에 의하여 깊이 빠져 들어갑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다 가져 만족하는 동안에는 자기를 이끄는 것이 진실로 하느님의 영인지 아닌지 알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악습을 성덕인 양 높이 올리고, 사심 없는 고귀한 뜻이라며 자기 자신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납니다. 자신을 속이는 자는 어떤 반발이나 반대를 받으면 그 가면이 벗겨져 불안해지고 화를 내게 됩니다. ‘영적’ 가면을 벗고 ‘육적’ 인간으로 나타납니다. 자기를 방어하기 위하여 손톱에 날을 세워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러한 불안과 공격적인 자세는 주님의 성령이 아닌 다른 것에 이끌린다는 것을 드러내 보이는 겁니다.”
“싸움으로써가 아니라 예배함으로써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을 예배하는 사람은, 오직 하느님만이 전능하신 분임을 알고, 하느님을 마음 깊이 받아들입니다. 하느님이시라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합니다. 하느님의 현존,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그것이 자유를 줍니다. 우리가 예배할 줄 안다면 그 무엇도 우리를 불안하게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큰 강물과도 같이 평온하게 이 세상을 살아갈 것입니다.”
“제 말을 들어보세요. 너무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하느님을 찬미하십시오. 하느님은 사랑이심을 기뻐하며, 하느님의 현존을 감사하십시오. 작은 형제, 바로 그것입니다. 이렇게 하게 되면 자기를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하느님과의 일치가 어떤 상태인지는 생각지 마십시오. 자기가 완전하지 못하다고, 또 자기 죄를 발견하고 슬퍼하는 것은 인간적인 감정일 뿐입니다. 수사님의 눈높이를 올려야 합니다. 무한하신 하느님의 현존, 하느님의 광채는 무궁무진하십니다. 영혼이 순결한 사람은 하느님을 사랑합니다. 영혼이 순결한 사람은 영원한 생명이신 하느님을 믿고 온갖 비천함 가운데서도 하느님께 감사하며 하느님의 선하심에 깊은 감명을 받습니다. 이런 사람은 모든 것을 이탈해 하느님 사랑으로 충만하게 됩니다. 그에게는 하느님이 하느님이신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이로써 그는 온전한 평화와 충만한 기쁨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을 뵙게 됩니다.”
“단순해져야 합니다. 과감히 자기를 버려야 합니다. 다 버리고 자기를 비워야 합니다. 그리고 가난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를 짓누르는 것, 우리 잘못에 대한 무거운 짐까지도 모두 버려야 합니다. 주님의 영광만을 바라보며 그 영광이 자기 안에 넘치게 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현존을 기뻐해야 합니다. 그러면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고, 하늘을 나는 종달새처럼 자기를 잊게 됩니다. 그때 모든 걱정과 불안이 사라지고, 완덕에 대한 갈망으로 오직 하나, 하느님만을 원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바뀌게 됩니다.”
“주님께서 순결하지 못하다고, 합당하지 못하다고 다 쫓아내 버리신다면 당신 앞에 몇 사람이나 남는다고 생각합니까? 그때 우리 모두 다 쓸려 나갈 것입니다. 우리라고 별수 있습니까? 이런 잣대로 본다면 인간들 모두 그렇고 그렇습니다. 다행히 하느님께서는 깡그리 청소하는 걸 좋아하지 않으십니다. 그게 우리를 구원해 주는 겁니다. 주님께서는 성전에서 장사꾼들을 쫓아내셨습니다. 주님께서 당신 집 주인이시니 얼마든지 그러실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주님께서는 꼭 한 번만 그렇게 하셨습니다. 그러고 나서 주님께서는 박해자들의 채찍에 자신을 내맡기셨습니다. 주님께서는 하느님의 인내를 우리에게 보여 주신 겁니다. 엄벌을 가하실 줄 모르는 하느님이 아니라 사랑이신 하느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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