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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16 노트 온 스캔들(Notes on a Scandal)

이 영화는 영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스캔들에 대해 그 학교 선생 중의 하나인 바바라 코벳(쥬디 덴치)이 관찰자의 입장에서 일기 형식으로 써 내려간 것이다. 비록 그녀가 관찰자의 입장에 있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폭풍의 핵 역할을 하고 있다.

스캔들이란 그 학교의 미술선생인 쉬바 하트(케이트 블랑쉐)와 스티븐 코널리라는 남학생 간의 부적절한 관계를 가리킨다. 두 사람의 부적절한 행동을 목격하게 된 바바라 코벳은 학교에 보고해야 마땅한데, 보고하지 않고 그 비밀을 빌미로 쉬바 하트 선생과 친밀해지려는 야심을 품는다.

그 야심이라는 게 좀 야리꾸리하다. 코벳은 영적 교류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실은 쉬바 하트 선생을 일종의 동성애 파트너로 삼으려는 것이다. 그녀는 겉으로는 근엄한 선생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 자신의 영적인지 육적인지 모를 파트너를 만들 기회만을 노리는 야수같다. 외모도 날카롭고 음험하고 교활하게 생긴 게 이 역할에 적격인 것 같다. 아니 그만큼 노련하게 연기를 했다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그녀가 끝까지 쉬바 하트의 비밀을 지켜 주었더라면 그녀의 목표를 달성했을지도 모른다. 쉬바 하트도 가족들 틈에서 힘들게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탈출구라든가 어느 정도의 비밀을 나누는 우정을 원했으니까. 그러나 코벳은 자기 발등을 자기가 찍고 만다. 다른 선생한테 그 비밀을 털어놓고 만 것이다. 이유는 쉬바가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안받아주었기 때문이다. 결국 쉬바하트와 남학생 간의 스캔들은 교장을 비롯한 모든 선생들과 전교생이 알게 되고 언론에서도 최고의 가십으로 다루어진다. 쉬바 하트는 학교에서 쫒겨나고, 그 일을 알면서도 교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코벳은 정년을 일 년 앞두고 퇴직당한다.

한 사람에게 한 사람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코벳이 그리는 수준의 완벽한 파트너가 되는 일이 가능할까? 물론 동성애 부분은 빼고 말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서로 나누고, 서로를 위하는 완벽한 관계가 가능할까?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에 의존하는 관계가 아닌 독립적인 관계에서 절대적인 나눔의 관계가 가능할까? 어쩜 우리 모두는 그런 완벽한 관계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완벽한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인간의 욕구가 워낙 변덕스러워서 자기가 원하던 것을 얻어도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내가 나를 만족시키는 것도 어려운데, 상대방을 만족시킨다는 것은 더욱 어렵지 않겠는가?

코벳의 눈길은 무심한 듯 하면서도 무궁한 호기심과 욕망을 품고 있다. 어쩜 우리 자신들이 무의식중에 품어 보았을 만한 욕망을 그녀의 눈빛이 대변해 주는 것 같다. 그녀의 눈빛이 혐오스럽게 느껴지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나의 내면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돌을 던질 수가 없다.

이 영화는 좀 혐오감을 주긴 하지만, 인간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노출시켰다는 면에서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인간에게 염증과 두려움을 느끼게 만든다는 면에서는 생각할 여지가 있다. 물론 아름답고 순수한 영화만이 좋은 영화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안그래도 세상 살기가 벅찬데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영화에 더 끌리는 게 사실이며, 그런 영화가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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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땅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