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랑 놀자

야연

영화 이야기 2008. 6. 10. 18:07
알고 보니 전에 봤던 영화인데 또 보게 되었다.

다른 이야기보다 한 가지가 궁금해서 글을 쓰게 되었다.
황제 리는 왜 황후가 독약을 탄 술을 마셨을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다.

그로서는 독주를 마시지 않고, 술에 독약을 탄 황후를 죄로 다스려 죽일 수도 있었을 텐데
어이없게 당신이 주는 술을 어찌 먹지 않을 수 있느냐며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신다.

그게 사랑일까? 죽기를 바란다면 죽어 주는 것이?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서였을까?
혹시 연민이라도 얻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오래도록 자신의 사랑을 기억해 주기 바라서일까?
아니면 멋있어 보이려고?

형을 죽이면서까지 차지한 황후인데 그렇게 쉬 죽음을 받아들이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영화가 잘못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인과관계가 설득력이 없다.

다시 생각해 보니 이것인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사랑을 얻지 못하느니 차라리 당신 손에 죽겠다.

애초 이들의 시작부터 사랑이 아니었다.
형을 죽이고 형수를 취하는 게 어떻게 사랑일 수 있는가?
마찬가지로 형수에게서 사랑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애초부터 쌍방향의 사랑이 아니라는 뜻이다.

황후 완의 사랑은 애석하게도 전 황제의 아들 우루안이다.
완은 우루안을 살리기 위해 여러가지 음모도 꾸미면서 우루안을 돌본다.

그런데 그럼 우루안은 완을 사랑하는가?
제작 노트에는 그렇게 씌여 있는데, 영화상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청누가 독주를 먹고 죽을 때 끌어안고 안타까워하는 모습으로 보아
청누를 사랑했던 게 아닐까 하는 인상을 준다.

아무튼 완이라는 여성 한 명을 두고 세 남자가 경쟁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어느 누구에게서도 진정성이 엿보이지 않는다. 전황제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하여
현황제 리, 우루안, 완.. 네 사람이 모두 도미노 현상처럼 죽음을 맞는데,
네 사람이 사랑 때문에 죽어갔는데, 어디를 보아도 사랑의 흔적을 찾기 힘들다.
사건은 있되 사랑이 없다.

황후화에서도 그랬듯이 화려한 배경과 거대한 황궁의 장면만 난무할 뿐
사람의 체취는 느껴지지 않고. 그들의 욕망, 음모, 배신만이 밤의 연회를 수놓는다.

중국 무협 영화의 특성인지 한계인지는 모르겠으나
각 캐릭터의 개성이나 사랑의 고통을 표현해 내지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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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땅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