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랑 놀자

인류가 수억 년에 걸쳐 이룬 지적능력을 초월하고 자각능력까지 가진 슈퍼컴 ‘트랜센던스’의 완성을 목전에 둔 천재 과학자 윌(조니 뎁)은 기술의 발전이 인류의 멸망을 가져온다고 주장하는 반(反) 과학단체 RIFT에게 공격을 당해 목숨을 잃는다. 아내 에블린(레베카 홀)은 윌의 뇌를 수퍼컴에 업로드 시켜 윌을 살려내는데 성공한다.

초월적인 능력을 갖게 된 윌은 그 능력을 이용하여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자 한다. 자연을 살려내고, 인간의 장애와 병을 고쳐주고자 한다. 이상적인 세상을 만드는 것은 아내 에블린의 꿈이기도 했다. 아내를 사랑하는 윌은 아내의 꿈을 실현시켜 주고 싶었다.


윌의 초능력은 다친 사람을 고쳐주기도 하고, 태생 소경의 눈을 고쳐주기도 한다. 그렇게 윌의 도움을 받아 새 생명력을 얻게 된 사람들은 윌의 기지(보금자리)를 구축하는 일에 동참한다. 이건 윌이 강제로 시킨 게 아니라 새 생명의 힘을 알게 된 사람들이 감사의 뜻으로 스스로 윌의 일을 돕는 것이다. 새 생명력의 체험이 얼마나 신비하고 놀라웠을지 가히 상상이 간다. 


윌의 초능력은 인간을 살려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공격을 받아 파괴된 기지를 금방 복원시킬 뿐만 아니라, 하늘까지 솟아 올라 구름에 닿아 빗물에 섞여 내려 죽었던 나무들을 살려내는가 하면, 호숫물을  일급 식수로 만들기도 한다. 윌의 일이 방해받지 않고 계속되었더라면 아마 지구는 생명력이 넘치는 파라다이스가 되었을 것이다. 


에블린은 온통 윌로 둘러싸인 기지에서 산다. 처음 2년간 에블린은 윌의 발전을 공감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런데 윌의 동료 조셉이 기지를 다녀가면서 에블린에게 준  "이곳에서 도망쳐라"는 쪽지를 받고 처음으로 마음의 동요를 느낀다. 에블린의 동요는 윌에게 감지되고, 그 근거로 윌이 에블린에게 에블린의 호르몬의 부조화를 보여준다. 기분이 상한 에블린은 자기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달라고 요구한다. 윌이 그녀의 요구에 따라 모든 것을 보여주자, 에블린은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은 자기의 것이라고 화를 내며 기지를 떠난다. 마치 자신이 감시당하거나 조종당하는 느낌을 받은 것 같다.  에블린이 기지를 떠나  마을에 도착하자, 정부의 요원들이 에블린을 납치해 간다. 그곳에서 에블린은 반과학단체와 함께 있던 옛 동료 맥스를 만나게 된다. 맥스는 윌의 위험성을 빗물의 실험으로 에블린에게 보여 주고, 윌을 저지시킬 것을 제안한다. 그 위험성이란 윌이 자신을 끊임없이 복제하여 전 세계를 장악하고 조정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그러면서 윌이 윌이 아니라는 말을 한다. 그렇지 않아도  윌을 의심하고 있던 에블린은 윌에게 바이러스를 옮겨 파괴시키는 일에 동의한다. 윌에게 바이러스를 옮기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바이러스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이는 윌을 죽음으로 몰 뿐 아니라 자신도 죽게 만드는 일이다.


기계는 자신의 논리에 충실할 뿐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 한다. 그리고 의리라는 것도 지키지 않는다.  그러나 윌은 아내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고, 자신을 파괴하려 드는 예전의 동료 맥스나 죠셉을 죽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기지를 공격하는 사람들중 어느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 윌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던 것이다. 

윌은 계속해서  말한다. "나는 당신을 해치지 않아요.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두려워해." 그러나 에블린은 윌을 믿지 못하고 어떻게 하든 윌에게 바이러스를 침투시키고자 한다. 윌은 아내가 자신을 죽이려 하는 걸 알고도 아내의 뜻을 존중하여 바이러스를 받아들인다 . 어쩌면 죽어가는 아내와 함께 하기 위해서 함께 죽는 길을 택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내의 불신과 남편의 사랑이 너무나 대조적이다. 윌은 죽어가면서 마지막 남은 전력으로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일들을 영상으로 아내에게 보여준다. 그제서야 에블린은 윌이 정말 윌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믿어주지 못한 것을 미안해 한다.  

에블린은 왜 윌을 믿지 못했을까? 윌의 초능력이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전에 알던 윌과 너무 달라서? 윌의 행동 방식이 인간적인 방식과 너무 달라서? 그래서 윌에게서 인간을 느끼지 못해서? 에블린도 말했다. "당신이 여기 존재하지 않아서..." 이 말을 할 때만 해도 윌이 인간의 몸으로 부활하기 전이었다. 화면 상으로만 존재했다. 그런데 2년 동안 윌을 믿어 왔던 그녀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는 건 잘 이해가 안간다. 인공지능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함께 일하던 맥스와 죠셉의 태도가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상황에 따라 믿음이 흔들리는 건 인간의 원천적인 약점인 것 같다. 무언가를 믿기 위해서는 그 믿음을 방해하는 모든 요소들과의 투쟁이 필요하다. 사랑하는 남편을 끝까지 믿지 못한 에블린을 보며 인간의 나약함이 슬프다는 생각이 든다.

그에 비해 윌의 반응은 너무나 애절하다. 바이러스를 거부하고, 자기의 일을 계속해 나갈 수도 있었는데, 그러면 세상은 좋아지고, 인간들은 편해졌을 텐데... 그러나 아내 없는 파라다이스는 윌에게 무의미했나보다. 파국을 맞기 전에 아내를 설득시킬 방법은 없었을까? 아마 예전의 인간대 인간의 관계에서는 에블린을 설득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컴퓨터와 인간의 관계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물론 이 영화 내에서의 이야기지만, 인간 측에게 말이다. 컴퓨터에게는 한계가 없었다. 초월적인 수퍼 컴퓨터가 인간에게 복종한 것이야말로 이 영화의 백미인 것 같다. 

영화는 마지막으로 두 사람의 안식처인 정원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해바라기를 보여준다. 윌이 인간으로서의 죽음을 맞으면서 시들어 죽어가던 해바라기가 다시 살아난 것이다. 수퍼컴이 다운되기 이전에 퍼졌던 생명력이 해바라기를 살려내고 지켜준 것 같다. 해바라기에서는 신비한 생명력을 지닌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문득 윌이 죽어가면서 에블린에게 되뇌인 말, "우리들의 안식처를 생각하라"는 말이 기억난다.  마치 두 사람이 함께 영원한 안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은 해바라기는 무언가 중요한 의미를 상징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혹시 두 사람의 부활이 아닐까 ? 아니면 두 사람의 영원한 사랑?  두 사람의 영원한 존재 내지 사랑을 초월(트랜센던스)로 본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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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땅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