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영화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영화들은 대체적으로 호감이 간다. 아마 멜로디와 리듬이 감성을 이완시켜 주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영화에는 인상적인 발라드 두 곡이 나온다. 한 곡은 남자 주인공 알렉스 플레처(휴그랜트)가 작곡 작사한 것이고, 다른 한 곡은 알렉스와 소피 피셔(드류 베리모어)의 합작품이다.
휴 그랜트가 그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지 처음 알았다. 전문 싱어 못지 않게 잘 부른다. 그리고 생각보다 좀 늙어 보인다. 몇 살이지?
알렉스는 80년대를 풍미하던 팝 가수이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그가 세월이 흘러 2007년이 되니 퇴물이 되고 말았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돈을 벌어야 하니까, 볼품없는 무대에도 서야 한다. 그래도 아직 팬은 있다. 그가 젊었을 때 그를 좋아하던 팬들. 지금은 나이든 아줌마 부대들. 사실 그의 팬들은 그의 노래에 향수를 느낄 것이다. 세대별로 향수를 느끼게 하는 곡들이 있지 않은가. 세월이 흘러도 노래는 남으니 참 다행이다. 알렉스가 과거의 힛트곡을 부르고, 아줌마들의 환호를 받는 모습을 보며, 디너 쇼가 굉장히 인기 있다는 우리 나라의 가수 모씨가 생각난다.
알렉스는 지금의 최고 스타인 코라 콜먼으로부터 듀엣 제의를 받는데, 조건이 있다. 알렉스가 직접 곡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사실 두 사람이 듀엣을 부르기에는 세대 차도 있고, 노래의 장르도 그렇고, 현실적으로 좀 무리한 제안인데,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계기는 바로 코라 콜만이 어렸을 때 알렉스의 노래에 위로를 받았다는 점이다. 노래가 되었든 영화가 되었든 책이 되었든, 자신이 힘든 시절을 잘 견디도록 도와준 것을 잊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도 코라처럼 듀엣 제안까지 하는 것은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그래서 코라가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생경스러운 부처상, 샨티 이런 것들은 정말 너무나 부조화스러워서 웃음밖에 안나오지만, 그녀의 노래 솜씨나 춤 솜씨는 칭찬할만 하다. 영화 속에서는 최고 스타지만 영화 밖에서는 조연에 불과하다는 것도 아이러니다. 코라의 배역을 맡은 배우 이름을 영화 정보에서 검색해 봐도 안나온다. (구글에서 겨우 찾아냈는데, 헤일리 베넷이란다.)
오랜만에 작곡을 하게 된 알렉스. 그것도 며칠 만에 완성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그래도 왕년의 실력이 남아 있는지, 잘 해나간다. 제목은 코라가 정해 준 Way back into love.
우연히 알렉스의 오피스텔에 들른 소피 피셔는 자신도 잘 모르는 재능을 가진 아가씨. 알렉스가 가사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걸 보며 자기도 모르게 줄줄 가사를 엮어 내놓는 소피는 결국 알렉스에게 픽업되고 두 사람은 공동작업을 한다.소피와 알렉스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이 영화에 코믹성을 안겨주는 부수적인 요소 정도로밖에 안보인다. 결과적으로 멋진 곡이 태어나고, 알렉스가 무대에 올라 노래하는 장면이 제일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코라의 댄스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듀엣은 코라와 알렉스가 담당하지만, 커플은 소피와 알렉스에게서 태어난다.
노래로 맺어진 커플이기에 아마도 서로를 잘 이해하고 필도 통하는 좋은 커플이 될 것 같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인데, 소피와 알렉스는 같이 살고 있으며, 이후에도 5곡을 더 만들어 힛트시켰다고 한다.
노래도 좋고, 내용도 적당히 재미있는 잘 만든 영화이다.
Way back to love, 가사도 멜로디도 아름다운 이 곡을 당분간 흥얼거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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