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딜릴리는 미셸 오슬로(Michel Ocelo)가 각본을 쓰고 감독도 한 애니메이션 영화로서, 프랑스가 가장 살기 좋았던 시절(벨 에포크)을 배경으로 삼아, 여주인공 딜릴리가 유괴된 어린 소녀들을 구출해 내는 이야기이다.
딜릴리는 카나키인(뉴칼레도니아의 원주민)과 프랑스인의 피가 섞인 혼혈인데, 카나키에서는 프랑스인이라고, 프랑스에서는 카나키인이라고 불린다. 말하자면 어디서나 이방인 취급을 당한다.
딜릴리는 에펠탑 근처에 있는 만국박람회장의 관람객들 앞에서 카나키인들의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일(직업)을 한다. 근무시간이 끝나면 자유다. 딜릴리가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은 줄넘기이다. 딜릴리의 줄넘기는 취미와 특기를 넘어 묘기(달인, 스페시알리스트)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놀랍다. 딜릴리를 처음 본 오렐(배달부)은 딜릴리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박람회장의 나무줄기를 타고 들어가 딜릴리에게 말을 걸며, 딜릴리의 근무가 끝나면 만나기로 약속을 받아낸다.
이렇게 두 사람의 만남으로 시작되어, 엠마 칼베, 마담 퀴리, 남편 퀴리, 마르셀 프루스트, 로댕, 까미유 끌로델, 드뷔시, 파스퇴르, 모네, 르누아르, 꼴레뜨, 드가, 로트렉, 사라 베르나르 등등의 프랑스의 유명 예술가들에 이르기까지 관계가 확장된다. 이들은 딜리리와 오렐이 유괴사건의 전모를 알아내도록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엠마 칼베(오페라 가수)와 그의 운전사 르뵈프가 큰 활약을 한다. 르뵈프는 유괴사건의 주범인 동시에 공범자들인 말매트르 집단의 회유로 딜릴리를 그들에게 넘기지만, 말매트르의 악행을 보고난 뒤 충격을 받고 전향하여 딜릴리를 적극적으로 구출해 내며, 다른 여자들과 소녀들도 구출해 낸다.
말매트르는 여자들이 대학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권력(인권)을 잡게 되었고, 그 결과 세상의 질서가 무너졌으며, 세상의 모든 여자들을 잡아다가 훈련을 시켜 ‘네발’로 만듦으로써 질서를 바로잡겠다고 주장하는데, 이에 대한 르뵈프의 반응이 재미있다. 그는 엠마 칼베의 아름다움을 지켜주고 싶다고 말한다.
‘네발’의 의미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지면상 생략해야겠다.
영화에 잠시 등장하는 중요 인물이 있다. 영국 왕세자 에두아르(에드워드)이다. 그는 딜릴리가 줄넘기 줄을 이용하여 말매트르의 다리를 묶어 꼼짝 못하게 하고, 오렐이 마차의 연결고리를 끊어 말매트르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막아, 두 명의 말매트르가 경찰에 체포되는 장면을 지켜본 목격자이다. 그는 자기가 별로 할 일(직업)이 없고, 어머니에게 용돈을 받아서, 그냥 사는 일(존재함)을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상대를 이해하고 조화롭게 살도록 돕는 게 내 꿈이다.”고 말한다. 미셸 오슬로도 공식 홈페이지에서 같은 맥락의 말을 하고 있다. 어쩜 이 말이 이 영화의 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 구출된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가? 그녀들은 부모 품으로 돌아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공부도 하고, (아마 대학에도 가고), 정상적으로 '두발'로 걷는 법뿐 아니라 춤추는 법도 배울 것이다.
어린이이고, 여성이고, 남태평양의 원주민 출신 혼혈인 딜릴리의 활약 덕분에 많은 여성들과 여자 어린이들이 자유를 찾게 되며, 딜릴리는 일약 스타로 부상한다. 시작은 딜리리의 생각에서 출발했지만, 오렐과 여러 여자 남자 사람들의 협력이 없었다면 이 일이 실현되지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 노래, ‘해와 비, 낮과 밤, 꽃과 과일,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 여자와 남자.... ’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태양의 찬가'를 떠올리게 하는데, 태양의 찬가보다 더 대중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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