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랑 놀자

프란치스꼬회 한국관구 옮김

분도출판사 , 1975년 초판, 2011년 18쇄


본문:

"레오 형제여, 가령 작은 형제가 소경을 눈뜨게 하고, 꼽추를 고쳐주고, 마귀를 내쫓고, 귀머거리를 듣게 하고, 앉은뱅이를 걷게 하고, 벙어리를 말하게 하고, 더 위대한 일로 죽은 지 사흘된 사람까지 부활시킨다 할지라도, 그러한 것은 완전한 기쁨이 되지 않는다고 잘 기록해 놓으시오."

"가령 작은 형제가 모든 나라 말과 온갖 지식과 만 가지 책에 능통하고 장래 일뿐만 아니라, 인간 양심의 비밀까지 뚫어볼 수 있다 하여도 그러한 것이 완전한 기쁨이 되지 않는다고 잘 기록해 놓으시오."

"문도 열어 주지 않고, 추위와 굶주림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바깥 쏟아지는 빗속에 우리를 밤중까지 내버려둘 때 그런 욕설, 인정없는 무자비한 대우, 매정한 거절도 우리가 인내로써 달게 받고 그 사람과 맞서서 싸우거나 불평하지 않고 겸손히 애덕으로 '문지기가 말한 것은 정말이다. 우리에게 그렇게 말하도록 하느님께서 시킨 것이다'라고 생각한다면, 레오 형제여! 그것이 바로 완전한 기쁨이라고 기록해 놓으시오."

"온 세상에 있는 모든 의인과 악인을 내려다보시는 지극히 거룩하신 그 눈이 모든 죄인들 가운데서 나보다도 더 천하고, 더 부족하고, 더 큰 죄인을 보시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당신이 하시고자 하는 그 놀라운 일을 위해서, 그 이상 더 천한  피조물을  찾지 못하셨기에 나를 택하시어 이 세상의 존귀한 자, 아름다운 자, 강한 자, 지혜로운 자를 부끄럽게 하시고, 그래서 만선만덕은 창조주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것이지 결코 피조물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며, 누구도 하느님 앞에서 자랑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자랑하는 자는 영광과 존귀를 영원무궁토록 받으실 주님 안에서 자랑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나의 형제여, 거룩한 가난의 무한한 보물을 잃지 않도록 도움을 청합시다. 그것은 대단히 신성하고 귀중한 보물로서 우리같이 천한 그릇에 담아두기에는 너무나 합당치 않습니다. 사실 그것은 천상에서 오는 덕입니다. 우리는 이 보물로 땅 위의 온갖 허무한 것을 짓밟아 버리며, 또 이 고귀한 보물로써 우리 영혼의 모든 방해물을 없이하여 자유로이 영원하신 하느님과 일치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야말로 아직도 이 땅에 발이 묶여 있는 영혼이 하늘의 천사들과 서로 대화할 수 있게 해 주는 덕입니다. 이 가난이야말로 십자가 위의 그리스도를 따라갔으며,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하늘에 올라갔습니다. 또한 현세에서라도 가난을 사랑하는 영혼에게는 천상으로 날아갈 힘을 주고, 이 가난만이 홀로 참된 겸손과 애덕의 무기를 지켜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복음적 진주를 더없이 사랑하신 가장 거룩한 사도들에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 성총을 구해 주시도록, 즉 주님의 지극하신 자비에 의해서, 우리가 이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복음적 가난의 참된 애인이요, 실천자요, 겸손의 제자가 될 수 있도록 간청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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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땅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