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비지터(The Visitor)

몽땅연필 2008. 10. 2. 16:57

주인공 월터 베일교수는 코네티컷에 살면서, 일주일에 한 시간만 대학에서 강의하고 나머지 시간에는은 글을 쓴다. 그러나 그 자신의 고백대로 흥미거리가 있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냥 글을 쓰는 척 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인생을 사는 데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러다 세미나가 있어 뉴욕에 오게 되고, 뉴욕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 오랜만에 들어간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불청객들이 그의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시리아 출신 타렉과 그의 여친인 세네갈 출신 자이나브가 그들이다. 타렉과 자이나브는 집주인이 돌아왔으니 나가겠다고 말하며 짐을 싸들고 나가는데 그들이 마땅히 묵을 곳이 없으리라는 것을 안 베일 교수는 그들더러 거처가 생길 때까지 자기 집에서 지내라고 허락한다.

같이 지내면서 베일 교수는 타렉의 아프리카 드럼 연주에 관심을 갖게 되고, 타렉은 베일에게 드럼 연주법을 가르친다. 피아노를 배워 보려 해도 잘 안되었는데, 드럼은 피아노보다 단순하고, 흥을 돋구기도 하여, 베일은 열심히 따라 배운다. 점점 자신감도 붙고, 모임에 나가 함께 연주하기도 한다.

이렇게 좋은 시간을 보냈는데, 타렉이 불심검문에서 불법체류자라는 것을 들켜 수용소에 갇히게 되며 좋았던 시간도 끝이 난다. 베일은 타렉을 구해내고자 변호사에게 자문도 구하고 동분서주 애를 쓰는데, 일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

타렉과 전화연락이 안되자 그의 어머니 모나가 타렉이 살던 아파트로 베일 교수를 찾아온다. 모나는 시리아에서는 중상층 생활을 했지만, 미국으로 와서는 역시 불법체류자로 지낸다. 베일 교수는 모나더러 자기 집에서 지내라고 편의를 봐준다. 모나는 요리도 하고 청소도 하며 타렉의 소식을 기다린다.

모나는 아마도 음식솜씨가 좋은 여자였던 것 같다. 베일이 아주 맛있게 먹는다. 베일은 모나와 지내는 게 썩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대화상대도 되고, 음식도 해 주고, 집안 관리도 해주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비록 불법체류자이긴 하지만 모나가 상당히 지적이고 미인이라는 점. 모나에게 마음이 끌린 베일은 모나가 즐겨 듣던 팬텀 오브 오페라 뮤지컬에 초대하고, 좋은 시간을 갖는다.

베일은 타렉을 자주 면회하고, 어머니 소식도 전하며 메신저 역할을 한다. 그리고 뉴욕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한 학기 휴직하기로 한다. 그러나 베일이 여러 가지로 애쓴 보람도 없이 타렉은 미국에서 추방당한다. 더 이상 연락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모나는 아들이 추방당했다는 걸 알고 아들을 만나기 위해 고국 시리아로 돌아간다.

생활의 활력소가 없었던 베일에게는 타렉과  자이나브와 모나와 지낸 시간이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한 좋은 계기가 되었다. 무기력하게 지내던 그가 드럼 연주에 흥을 느끼고, 누구에겐가 좋은 일을 하고 싶은 사람으로 변했다. 그 누구가 바로 가까이 지내는 타렉과 자이나브와 모나가 아니겠는가. 사실 살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고, 하루 하루의 소중함과 자신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끼기 어렵다. 새로운 만남은 신선함을 안겨 주며,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바꾸어 준다. 결국은 사람이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내 곁에 다가온 사람에게 마음을 열 때 내 인생도 열린다는 교훈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베일이 모나에게 결혼을 신청하여 두 모자에게 영주권을 얻어 줄 수는 없었을까? 그럼 너무 삼류 뽕짝이 되는 걸까? 베일도 모나에게 호감을 품고 있었고, 모나도 베일에게 호감을 품고 있었는데, 둘다 외로운 처지에 좀 그렇게 하지... 변한 건 베일이 드럼 연주를 하게 되었다는 사실 뿐 아무것도 개선된 것이 없다. 베일과 타렉과 모나의 관계는 한낱 지나가는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베일이 휴머니스트라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겠는가. 그가 휴머니스트로, 약간 자유분방한 인간으로 변한 것을 보여주는 게 이 영화의 목적은 아니겠지. 물론 사회적인 시선으로 보면 미국으로선 곤란한 일들이 많겠지. 그래서 잘난 미국은 앞으로도 계속 사람들을 추방할 테고.. 속상한 일이지만, 세상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