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나보다 더 가까이 계시는 분을 찾아서(Quel homme et quel Dieu)
모리스 젱델(Maurice Zundel) 저
이순희 역
성바오로 출판사, 2003
본문:
도덕이 거론될 때 우리는 즉시 의무의 도덕을 떠올리는데, 의무의 도덕과 해방의 도덕 사이의 긴장 관계를 이보다 더 잘 설명한 텍스트는 없을 것입니다. 해방의 도덕은 존재의 필요성을 표현하며, 결국에는 삶의 신비주의적인 방법에 속합니다.
인간은 기성제품이 아닙니다. 만일 인간이 자신을 창조한다 하더라도 아무렇게나 만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질서와 방향이 필요합니다. 인간은 영이기 때문에 이 질서도 가장 깊은 열망이 채워질 때처럼 안으로부터 인간에게 도달해야 합니다. 인간은 오직 자아해방을 통해서만 자유를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이 사실을 확신해야 합니다. 자신의 존재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리하여 무엇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을 내어주는 길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되는 길입니다. 이것은 인간이 하느님을 점점 더 많이 바라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때 하느님을 충만히 알고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처럼 삼위일체의 빛 속에 끊임없이 빠져들면서 인간에게 하느님을 나타내 보여야 합니다. 그때 우리는 삼위일체 안에서 자신으로부터 자유롭게 태어날 기회를 얻게 될 것입니다.
아무도 없는 세상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입니다. 카뮈의 작품 '오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말은 작가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자살의 냉혹성을 느끼게 합니다. 부재, 즉 무관심은 혼자서 남편의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한 여인 앞에 벽을 쌓습니다. 반면에 오스카 와일드가 증명하였듯이,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 있을지라도 한 인간의 존재는 아무에게도 주목받지 못하는 고뇌의 외침을 해소하기에 충분합니다. 한 인간의 존재는 낯설어 보이는 이 세상의 뒤에서 의미를 줄 수 있는 얼굴을 알아보게 함으로써 완전히 버려진 사람들을 슬픔으로 몰아가는 부조리한 느낌을 억제하게 만듭니다.